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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풀배터리 검사 후기 (#후기 #결과 #치료 #방향)

by MJKU 2024. 1. 6.

지난 10월 풀배터리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의 내용 중에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혹은 덜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 풀배터리 검사 정보에 이어, 다시한번 쓰는 풀배터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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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배터리 검사란? (#느린아이 #적정시기 #목적 #장점 #단점) (tistory.com)

 

휴대폰 패드를 형상화한 배열...

 

풀배터리 검사 당시 상황

- 아이 나이: 52개월 

- 검사 시간: 2시간 20분 

- 특이사항: 분리불안 등 우려했던 상황은 없었음. 낯가림이 있는 성격인데도 검사자에 대한 낯가림은 없었음. 

 

풀배터리 결과 (결과지와 상담을 종합했을 때의 정리)

- 아이의 지능은 매우 낮게 나옴. 퍼즐 맞추기 등 한정된 분야를 제외하고 전부 현저하게 낮았다. 

- 점수로만 보면 경도의 지적 장애 정도는 진단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 청각 주의력과 인지가 낮은데 본인이 배우려는 의지가 없으므로 수치화된 검사에서 낮은 점수는 필연적이라 했다. 

-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부분'은 아이의 자폐적 특성이기 때문에 몰라서 못하는 것과는 구분된다. 

- 장애 진단을 받고 이로 인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라면 병원 방문을 추천한다. 

- 진단보다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 부모와의 애착 형성과 미술치료를 추천한다. 

- 만 5세까지는 아이가 원하는 기관을 다니되 만 6세가 되면 아이가 다니게 될 초등학교의 병설 유치원을 추천한다.

- 검사를 또 하고 싶은 경우 풀베터리는 1년 이후, 다른 검사는 6개월 이후에 진행할 것을 추천한다.  

 

상담 후기 

검사를 진행했을 때 아이의 나이는 52개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나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만 6세 이후에 진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진행했는데 역시나 아이의 언어가 늦게 터져 한계가 있었다. 

아이의 낮은 점수는 예상했기에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부모의 양육 태도 및 부모의 심리 상태까지 상담해 준 부분은 의외였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건 아이의 상황에 따라 케이스를 나누는 등 상담이 세밀했다는 점이다.

아이는 지능 부분은 현저하게 낮았지만 여러모로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예컨대 미션을 수행할 때 모르면 피하기 마련인데 아이 나름대로 뭔가를 하고 그것이 어른의 관점에서 잘 이해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 있었고, 자폐적 특성은 분명하게 있지만 검사를 수행할 때 심리사의 기분을 살피고 눈을 맞추고 필요한 상호작용은 하는 등의 상황 또한 있었다. 그래서 검사자는 "우리는 모두 크고 작게 자폐적 특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라는 말로 부모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 내내  아이가 처한 환경을 고려한다는 게 느껴졌다. 예컨대 사전 부모상담때 얘기가 나왔던, 태어나서 40개월까지 아이의 주 양육자가 할머니였다거나, 검사지로 나온 결과인 부모와 아이 성향이 모두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라는 것, 또는 부모가 아이와 놀아주는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이 상담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검사를 통해 보호자인 엄마의 우울감이 위험 수준으로 높게 나왔는데, 그 우울의 원인이 아이 때문이라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에게서 온 부분이 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놀랐다. 너무나 정확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상담의 내용은 풀배터리를 받게 된 목적 (진단을 받기 위함인지, 혹은 치료를 하기 위함인지)에 따라 나뉘었는데 우리는 진단 보다는 치료 방향을 원했고 이에 따른 상담이 진행됐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후자를 위해서 센터만의 검사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센터에서는 아이가 검사를 수행하지 못했을 때에도 반복 설명하며 최대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를 했었다. 병원 같은 경우 진단을 해야 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검사의 원칙 (모르면 바로 넘어가는)을 지키는데 그래서 아이가 병원에서 검사를 했다면 검사 시간도 훨씬 빨리 끝나고 결과도 더 안좋았을 것이다. (장애진단 및 등록을 원하는 부모에게는 병원이 낫다는 뜻이다)  센터는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었는지 점수가 조금 후해지더라도 반복 시도를 했고, 이 때문에 치료 방향을 좀 더 자세히 상담받을 수 있었다. 

 

아이에게 추천되는 활동과 치료 방향 

 

첫째, 부모와 무조건 노는 시간을 늘려랴.

부모는 아이의 눈을 보고 기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를 매우 좋아하는 성향의 아이이기 때문에 부모놀이가 필요하며 판단을 부모가 하지 말고 아이가 하도록 토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건 안된다고 얘기하지 말고 어떡하지? 라며 질문할 것). 아나운서식으로 옆에서 계속 말해서 아이가 익히는 건 통하지 않는다. 부모가 더 재미있게 놀아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아이 성향상 직접 겪어야 하고 몸놀이로 놀아주며 알려줘야 한다. '엄마 아빠는 할 수 없으니 내가 도와줘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아이가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이게 만 3세 발달이다) 

 

둘째, 미술치료를 하면 좋다. 

미술치료를 추천하지만, 아이주도로 하는 미술이여야 한다. 학습 목표가 따로 있는 미술치료나 스킬을 가르치는 미술치료는 하면 안된다. 집에서 엄마와 함께 그리면서 노는게 가장 좋다. 

 

셋째, 사진찍기 활동을 하면서 시점을 보라. 

아이에게 카메라 사용법을 알려주고 사진을 찍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사진을 찍으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넷째, 모든 활동에서 학습을 뺀다. 

생활을 놀이식으로 전환하고 활동에서 학습을 뺀다. 생활습관도, 주의력도 놀이식으로 키우면 좋다. (길 가다 갑자기 멈추는 놀이로 청각적 주의력을 높이는 식) 

 

다섯째, 현재 하고 있는 언어치료는 유지하되 놀이치료는 현재 계획된 놀이치료만 끝내고 보류하자.

놀이치료가 필요없다기보다는 부모가 놀아주는게 무조건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 

 

여섯째, 현재 보이는 구강추구(손가락을 빠는 것)와 틱증상 (코로 킁킁대는 것)은 감통치료로 치료해볼 수 있는데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놀이치료로 가능해보인다. 지켜보다 필요하면 치료를 시도해보자. 인지치료는 해봤자 현 단계에서는 안받아들일 것이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부모의 추가 질문 

 

1) 아이가 어린이집보다 유치원을 가고 싶어하는데, 상호작용이 잘 안되는 아이라 걱정이 되고 해당 유치원에는 특수반이 없다. 그래도 보내도 될지? 

- 아이가 어린이집을 싫어한다면 이유 파악이 우선이다. 단순변심인지,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인지. 만약 단순히 유치원이 좋압보여 가고 싶어하는 식이라면 다니던 어린이집을 1년 더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의 의견에 따라 유치원에 보낸다면 아이에겐 좀 힘드겠지만 그것도 헤쳐나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중요한 건 7세(만6세), 6세까지 어린이집에서 보내더라도 취학전 7세는 유치원, 가급적 병설유치원을 추천한다. 학교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어린이집보다는 유치원, 민간보다는 병설이 더 낫다. 특수반에 대해 묻는다면, 특수반까지는 갈 필요 없어 보인다. 특수반은 공격성과 충동성이 보이는 아이들에게 특히 필요한데 저학년 때 일반 학급에서 공격성 충동성을 보이면 낙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런 성향이 보이지 않으므로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2) 아이가 검사자의 지시 수행을 따르지 않는 게 몰라서 그래는 게 아니라 따를 필요가 없어서 그러는 것처럼 보인다. (집에서 양육자의 지시를 따를 때에도 비슷함) 그 점을 어떻게 보는지? 

- 아이는 어떤 문제는 이해를 못해서 못하고, 어떤 문제는 말 그대로 할 필요가 없어서 안 한다. 전자는 인지능력, 후자는 조절능력이 떨어져서 그렇다. 만 4세부터는 자신이 뭔가를 하고 있어도 상대가 제안을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와서 참여하는 조절 능력이 길러지는데 아이는 그 조절이 안되는 것이다. 아이는 현재 만 4세이지만 만 3세 정도라 생각하고 상호작용에 힘쓰면 그 부분에서 좀 더 발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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