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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만 4세의 유아체육 수업 (#느린아이 #개인교습)

by MJKU 2023. 10. 4.

오늘은 아이가 약 3개월간 진행해온 체육수업 리뷰를 해보려 한다.

수업을 한 기간은 4개월 정도 되서 계절까지 바뀌었지만, 중간에 빠진 기록이 많았다.

주 1회 수업인지라 2회만 빠져도 반달이 그냥 지나가버리는데 중간에 3번을 빠진 적 있어서 횟수로만 따지면 3개월이 되려나? 10-12회 정도 한 셈인데, 아이는 그 사이 꽤 많이 발달했다. 

 

아이의 수업 풍경

처음 시작할 때는 체육 수업에 대한 물음표가 많았다. 아이가 체격도 좋고 대근육은 빨랐으므로 굳이 필요한 수업인가 싶었기 때문. 느린 아이의 경우 그룹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서 일반 체육 1:1 수업을 하거나 특수체육을 수업을 찾게 된다 (특수체육도 1:1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건 다 과외라서 수업료가 만만치 않다. 비용을 굳이 따지자면 센터 치료비보다 약간 저렴한 정도? 수업 시간도 40분으로 센터수업과 동일하니 치료도 아닌 몸운동에 이렇게 돈을 쏟을 일인가 싶기도 했다.    

슬로건 처럼 보이는 입간판

하지만 아이의 말이 느리면 어느 수업에나 소외될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체격과 체력이 둘 다 좋아도 같이 어울리기 어려우니 쉽게 소외될 수 있었다. 그룹 활동은 어렵고, 한명씩 나와서 하는 어린이집 체육 활동은 제대로 할까? 그저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서 이거 해. 하면 한번씩 하고 들어가 다시 들어가 투명인간처럼 앉아있진 않을까? 

 

이런 우려 속에서, 처음 체육 수업을 선택했을 때 목표를 정했다.  

1. 어른의 지시가 귀에 꽂히도록 할 것 (현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균형감각을 기를 것 (자주 넘어지므로) 

3.  남자 어른과 체력을 쓰는 시간을 보낼 것 (아빠가 놀아주는 데 한계가 있다) 

4. 규칙에 대해 이해할 것. (현재는 1도 모른다)  

 

수업 풍경

이렇게 네가지 목표를 가지고 접근했을 때 특수체육은 뭔가 과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목표와 좀 덜 맞다고 해야 할까?

특수체육은 몸에서 덜 발달한 부위를 자극시켜서 발달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먼저 볼 것 같았다. 물리치료적 관점에서 아이를 볼 것 같은?

우리에게는 보통의 선생님이 필요했다. 아이가 느리다는 인식 없이 보통의 아이처럼 다뤄줄 수 있는, 하지만 인내심이 아주 많은(...) 그런 선생님. 그렇게 일반 축구 교실을 찾았다. 주중에는 팀수업을, 주말에는 느린아이와 1대1수업을 한다는 곳이었다.  

 

일반아이는 많이 다뤄보고, 느린아이는 최근에 좀 다뤄본 그런 곳.

이 수업은 시작부터 장점이 많았다. 우선 아이의 차이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보통의 아이들을 많이 다뤄본 선생님은 아이의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남의 말을 좀 흘려 듣네요." 이정도의 평가(?)가 들어왔다. 

그 후 2회정도의 수업에는 선생님이 아이를 맞춰주는 듯 하다가 그 후부터는 지시가 늘어났다. 운동을 한 후 공을 정리하는 일도 아이가 직접 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어느순간부터 아이는 "축구 수업 가기 싫어요" 라며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수업을 내내 지켜보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반가운 일이었다. 불평을 한다는 것도 자체도 좋은 신호였지만, 그보다 좋은 건 불평이라는 것 자체가 뭔가를 참으며 수행을 해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웃으면서 하다가, 집에와서는 축구 선생님 싫다고 하는 모습도 참 귀엽고... ) 

체육수업의 오아시스

수업 중 아이가 지칠 때면 선생님은 교실 앞에 있는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줬다. 아이는 무슨 사과주스 얻어먹으러 간 사람처럼 아주 신나게 마셨고 리셋된 듯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20분 뛰고 잠깐 쉬고 20분 뛰고 나면 수업이 끝이 난다.  

 

체육 수업의 내용 자체는 어린이집에서 하는 체육수업의 연장선상 같았고, 그래서 어쩌면 특수체육이 더 나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수업 내용을 보면 또 그 생각이 조금씩 사라졌다. 우선 선생님이 아이를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아이한테는 원래 화가 안 나는 사람 같다. 표현은 단호한데 화는 없는 그런 말투...? (엄마로서 배워야 할 지점이다) 

선생님이 너무 본격적으로 뛰어다니니 아이도 어쩔 수 없이 뛰는 게 느껴지고, 그렇게 40분 내내 뛰어다니면 

아무리 어린이집 수업의 연장선 같은 수업일지라도 큰 운동이 된다.  

게다가 수업 안에서는 아이의 코어를 기르고, 균형감각을 올리는 나름의 체계가 있어 아이는 같지만 다른 운동들을 하나씩 접해간다. 예전에는 공의 움직임 자체를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축구공을 차보거나 테니스공을 한번씩 던져본다. 

 

4개월이 지난 후 현재 아이는 어른 말은 제법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질문을 하면 대답을 아예 안하거나 대답 하기까지 20초 정도 걸렸는데, 이제는 대답을 제법 빨리 하고, 모르는 대답은 하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인다. 지시 수행도 빨라졌고 몸이 전반적으로 좀 민첩해졌다. 예전에는 엄마 눈치를 보는 건가 안 보는 건가 갸우뚱했는데 이제 대놓고 보기 시작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어린이집에서도 특히 체육 수업에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했다. 즐길 수 있는 수업이 늘어난 것에 감사했다. 

 

처음에 정한 목표에서 세 가지는 반 이상 이룬 것 같다.

마지막 목표인, 규칙에 대한 이해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거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어쩌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이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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