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53개월 차에 처음으로 풀배터리 검사를 했었다.
아이의 지능이 낮아서 장애등록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아이가 어렸었다. 만4세. 좀 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다 지난 6월 아이는 만 5세가 되었고
그 때부터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던 것 같다. 장애등록을 해야 할까? 특교자를 신청해야 할까?
.........
그러다 뭐든 하려면 풀배터리 검사를 한번 더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에는 센터가 아닌, 병원에서 해야 한다.
작년 풀배터리 검사
작년 블로그를 다시 보니 지능점수를 쓰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이 얘기를 하는 게 상처였나 보다. (ㅜㅜ)
이제와서 밝히자면 작년 아이의 총 지능은 51이었다. 당시 임상심리사는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성향을 고려해 센터에서는 나름 후하게 점수를 준 것 같다고 말했고 이 상태로 병원에 가면 점수는 더 낮을 거라 말하기도 했다. (51보다 낮다니 ㅜㅜ)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지능 중 80점대는 시공간 관련이었고 나머지, 그러니까 언어, 유동추론, 처리속도 등은 전부 50점대였다.
장애등록? 특교?
장애등록이나 특교자를 지금, 그러니까 만 5세에 고민한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발달 바우처 때문. 이게 만 6세 생일에 끊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최근에 개정되어 서울 기준 만9세로 연장되었단다)
두번째 이유는 나이가 찰수록, 특히 학령기가 되면 특교자든, 장애등록이든 뭐든,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별다른 퇴행이 없는 경우, 아이는 느린 속도라도 앞으로 나아가는데, 이렇게 되면 아이는 본인이 가진 특유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할 수 있는 활동을 늘려간다. 예컨대 흔히 '자조'라 불리는 양치, 세수, 가방정리, 옷갈아입기 등.
결국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 장애등록을 하기에는 많이 성숙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결정 여부를, '빠른 발달이 이뤄지도록 죽도록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좀 길게 볼까?'의 문제로 인식하자고. 빠른 발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마의 전담케어가 가능하다면 등록을 미루고, 그게 아니라면 (워킹맘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자고.
결과적으로는 장애등록은 둘째치고 특교자라도 받아야겠다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병원 소아정신과에서 관련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 과정
예약을 하려고 보니 대기가 길었다. 예전에 봐뒀던, 길지 않은 2차 병원을 찾아서 예약을 했다. 대학병원 브랜드의 2차 병원은, 온라인으로 알아본 결과 임상심리사가 너무 대충한다? 점수가 각박하게 나온다? 라는 평이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점수가 풍족하게 나오면 그건 그것대로 걱정이다)
소정과 담당교수는 두명이었는데, 그 중 한명은 좀 인기가 많아서 대기가 2,3개월 더 길어서 인기가 덜한 의사로 예약했다. 예약한 의사선생님도 평이 좋은 편이었다. 그렇게 3개월을 기다리고 초진 날, 부모의 긴 면담으로 예진이 시작됐다. 대기까지 합쳐서 예진보는 데에만 2시간은 쓴 것 같다.
그리고 시작된 본격적인 진료. 처음에 진료실로 들어간 건 의외로 아이 혼자였다. 부모는 못 들어가게 했다.
다른 유명 병원에서는 엄마 아빠와 노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사를 결정하는데, 여기는 의사 선생님이 단독으로 아이와 시간을 가진 후 그 기록을 부모와 의사가 함께 확인하며 상담을 하고 검사를 잡는 것 같았다. 아마도 아이가 만5세가 넘었으니 가능하다 여긴 것 같았고, 실제로 가능했다. 부모랑 노는 모습을 의사가 관찰하는 데 굉장한 부담감을 갖는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이 진료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상담 결과, 전문가 의견에 따라... 아이는 자폐검사, 풀배터리, 언어검사를 모두 받기로 했다.
아이에게는 자폐로 인한 생리적 문제는 없었으나 반향어 사용, 언어 지연 등 자폐 성향이 보였고
무엇보다 언어가 지연됐기 때문에 언어검사도 병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부모로서 솔직하게 장애등록도 생각중이라고 말씀드리니 의사 선생님은 나름 진솔하게 상담해줬다. (작년 풀배터리 때 임상심리사가 자폐를 좁게 보고 친절한 의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었는데 딱 맞는 선생님이 아니었나 싶다.)
검사가 세 가지나 되는 관계로 두 번에 나눠서 봤는데,
언어검사(프레스)는 부모의 관찰을 바탕으로 하는 상담도 결과에 반영되는 듯 했고, 풀배터리는 작년에 센터에서 했던 대로, 아이 혼자 들어가서 혼자 마치고 나왔다.
센터 검사와의 비교
센터 검사가 사전 상담 (약 1시간) - 풀배터리 검사 (2시간 20분) - 검사후 상담 (1시간 30분)으로 이뤄져 있다면
병원 검사는 예진 및 초진(약 2시간) - 풀배터리 검사 - 상담 (20분)으로 이뤄졌다. 병원에서는 아이의 성향과 치료 방향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의사의 의견을 공유하고 진단명을 확정하는 정도다. 의사에게 추천받은 치료가 있었으나 자폐에 너무 널리 알려진 치료를 형식적으로 추천한 터라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자폐에는 이러이러한 치료가 좋으니 해봐라, 이정도)
의사의 상담은 오히려 아이에게 장애등록이 이로울지에 맞춰져 있는 듯 했고 실제로 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센터의 검사도, 병원의 검사도 매우 의미있었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과
풀배터리에서 다들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전체지능에 대해서는, 간단히 말하면 59가 나왔다.
솔직히 실망한 건 사실이었지만, 희망적인 포인트도 많아서 다행이었다.
어떤 부분이 발전했고 어떤 부분이 더딘지 확실하게 나왔고, 어떤 치료수업을 즉시 바꿔야 할지 예상이 됐다.
결과적으로 치료 수업 짜는데 검사는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개별 점수를 보고 희망을 많이 얻었는데 이건 작년과도 비교해야 하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다음 글로 다뤄야겠다.
잊지 말아야 할 점
모든 게 작년보다 나아졌다. 안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과거에 쓴 글을 되돌려보면서 더욱 실감한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상황이 점점 나아진다고 믿는다.
그것이 이 글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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