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3개월 때 풀배터리를 받은 후 아이에 대한 육아방식이 바뀌었다. 풀배터리 결과 아이는 지능은 낮게 나왔고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발달이 눈에 띄게 느렸다. 하지만 아이의 성향이 부모의 성향에 영향을 받았고, 판단을 내리기엔 어렸기에 몇가지 치료 방법과 교육방법 팁을 얻어 해보기로 했다.
1) 학습을 배제하고 부모와의 시간을 늘릴 것
신기한 한글나라와 신기한 수학나라를 9개월정도 진행했는데 진도가 나가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풀배터리 이후 끊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한달이 지나자 경미하게 있었던 구강추구와 음성 틱이 없어졌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프로그램과 학습에 신경을 쓰는 곳인지라 어린이집 밖에서의 학습을 중단했다. 부모는 맞벌이라 시간을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없었는데, 그래서 하원 후 엄마와 카페에 간다던지, 아빠와 마트에 간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부모와의 시간을 늘렸다.
2) 미술치료를 하되 아이 주도로 할 것.
풀배터리 결과에서는 미술치료를 추천했으나, 치료 커리큘럼이 교사 중심이면 안하는 게 낫다고 했다. 철저하게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진도가 없는 미술이어야 한다고 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엄마와 계속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좋다는 조언이었다. 당시 아이가 할수 있는 거라곤 색칠하기 뿐. 그리기는 자율적으로 하지 않았고 도형도 선생님이 시키면 억지로 어설프게 그리는 정도였다. 붓질은 좋아했으나 가위는 잡을 생각도 안했고 색종이도 싫어했다. 그래서 강요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색칠하기를 주로 했다.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를 좋아했으므로 그 그림만 수십장을 그려줬고 아이는 그 안에 매일매일 비슷한 색깔로 색을 채워나갔다.
3) 인지는 생활 속 놀이, 게임으로 익혀 나갈 것.
뭔가를 가르쳐줘도 아이가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 또는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였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 부모도 결국 포기하게 되는데 풀배터리 이후에 아이에게 놀이처럼 다가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놀이처럼 접근하는게 엄마로서 쉽지 않다. 하지만 아빠는 좀 더 가능했고 그 이후 '왼쪽과 오른쪽'의 개념 등은 놀이처럼 가르칠 수 있었다.
4개월 후 변화
풀배터리 결과를 받은 지 4개월 후, 아이에게 생긴 변화는 다음과 같다.
1. 자동차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 색칠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구급차와 소방차를 그리기 시작했다. 스케치북에 그리는 건 좀 헷갈리는지 잘 안하는데 보드에 그리는 건 제법 거창하다. 자동차에 불과 물을 그리는 날도 생겼다. 어린이집 미술 시간에는 엄마 얼굴이라며 뭔가를 그리기도 했는데 감동적이었다. 사람 얼굴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 그러다가 어느 날 소방차 옆에 사람 형상을 그려놨길래 뭐냐고 했더니 소방관이란다.... 정말 큰 변화였다.
2. 축구공을 발로 차고, 공을 쫓아간다. -> 킥보드는 3세 때부터 잘했으면서도, 공을 쫓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공차기도 전혀 못했다. 그런데 엄마 아빠와 공놀이를 몇번 한 것과, 축구수업 1:1 교육으로 한달에 서너번 수업을 받는 게 시너지를 일으킨 건지 지금은 공을 차고 웃으면서 쫓아가고, 주워오는 놀이가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농구 골대에 흥미를 갖다가 축구공에도 관심이 생긴 것 같았다. 아직 굴러가는 공을 발로 잡아서 멈추게 하는 건 하지 못하지만 곧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3. 대답을 잘하게 됐다. 눈맞춤은 아직 부족 -> 어떤 말에 '네'라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너무 잘하게 됐다(?) 습관적으로 하는 것 같아서 선택지를 주면 한두번 틀리게 대답하다가 그 다음엔 생각해보더니 맞는 답을 한다. 예전에는 벽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청각 주의력이 낮은 아이와 대화하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집안일을 시킬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은 두세번 말할 각오를 하며 순조롭게(?) 시키고 있다. 눈맞춤은 타인이 봤을 때 티나게 못하는 건 아니다. (풀배터리 때에도 호명이나 눈맞춤 문제는 크게 이슈되지 않았다) 호명은 보통 아이와 같은데, 눈은 맞추려고 하면 딴데 보는 척 눈을 피하는 게 여전해서 이 부분은 발전이 더 필요하다.
4. 어설픈 질문을 조금씩 한다. -> 질문 자체를 안하는 아이였다. 풀배터리 당시까지만 해도 억지로 가르친 '장난감 어디있어요?'정도만 할 수 있었다. 그 후 4개월이 흘렀고 아이가 할 수 있는 질문은 '이거 맛있니?' '이거 맵니?' '장난감이 어디있지?' '사탕 먹어도 돼요?' 등의 '네' '아니오'로 답이 끝나는, 확인용 질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왜'를 지나가듯 말하며 혼자 연습해보곤 한다.
5. 어설픈 덧셈 가능 -> (이건 지금 나이에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앱 게임에서 보고 배웠는지 2+3=5같은 한자릿수 덧셈에 대해 얘기한다. 처음에는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20+30은 뭐야? 라고 물어보면 50이라고 답하는 걸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린다. 혹시 숫자에 집착이라도 있나 싶어 주의깊게 봤는데 숫자나 알파벳에 딱히 관심은 없는 것 같다. 그냥 한글보다 좋은 정도? (어린이집에서 영어와 한글 프로그램을 하는데, 영어는 횟수도 많고 놀이식인 반면 한글은 쓰기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한글을 싫어하는 것 같다...)
6. 가위와 색종이를 잡음 -> 40개월 때부터 몇 번씩 색종이를 쥐어줬지만 다 버리기 일쑤였고 가위질도 짜증만 냈었다. 알려주기 싫을 정도로 짜증을 내서 관두자 싶었는데 55개월 때 색종이를 가져와 경찰차 접기를 한번 하더니, 그 후로 잊어버릴 때 즈음 한번씩 경찰차접기를 한다. 게다가 57개월 차에는 갑자기 색칠해놓은 소방차를 자르겠다며 가위를 가져왔다. 그 자리에서 엄마와 함께 앉아서 소방차 3대를 잘랐고 가위질을 50번정도 한 것 같다. 엄마 감동...
7. 감정표현이 많아지고 대비가 뚜렷함 -> 어린이집 끝나면 엄마랑 노는 패턴이 이어지며 아이가 밝아졌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 웃음이 늘었고 장난끼가 생겼으며, 잘 때는 엄마와 자야 한다고 매일 조른다. 짜증날 때는 울어제끼고 소리도 많이 지른다. 엄마에 대한 애착같은, 아이의 감정은 풀배터리 이전에도 느껴졌지만 표현은 덜했는지 막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짜증낼 때도 기뻐할 때도 아이의 의지가 좀 덜 느껴진달까. 그런데 엄마와의 시간이 늘어나며 표현도 늘고 떼쓰는 방식도 늘더니 웃음소리도 커지고 멍하게 앉아 있는 순간들도 줄어들었다. 3개월, 6개월마다 한번씩 보는 지인들도 아이의 변화를 느끼니 엄마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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