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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놀이치료 수업 5개월 후기 (#기록의효과)

by MJKU 2023. 7. 23.

아이는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주 1회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회당 6만원-10만원 사이의 비용이 드는 치료 수업은 40분이라는 수업 시간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비싼 수업에 해당한다. 처음에 아이가 언어가 느리다고 생각해 언어치료 수업만 진행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주 1회 놀이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놀이치료사나 언어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학사 또는 석사가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습이 필수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아이는 운 좋게 이 실습 과정에 참여하게 된 케이스였다. 대학원의 한 과정이었는데, 마침 실습을 진행하는 대학원이 내가 다니는 회사 주변이었다. 회사에 양해를 구해 일주일에 한번 회사를 가는 대신 어린이집을 마친 아이를 데리고 대학원으로 향했다. 

 

첫 수업이 있었던 3월, 아이는 역시나 놀이치료실을 무서워했고 엄마와 떨어진다는 데 거부감을 보였다. 첫 시간에는 도통 떨어질 줄 몰라 수업 내내 함께해야 했다. 실습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그 과정이 모두 무료인 대신 치료 과정을 녹화해야 한다. 엄마가 함께 녹화될 순 없었으므로 꽤 난감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두번의 수업에서는 울더니 그 다음부터는 엄마가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 문제 없이 걸어들어갔다. 

 

놀이치료를 시작할 당시 아이는 45개월 이었는데 대소변은 가렸지만 실수는 자주 하는 시기였다. 더군다나 이 시기 공중 화장실도 가기 싫어했기 때문에 실수는 더 잦았다. 하지만 실습 중인 선생님은 단 한번도 언짢아하는 기색 없이 아이를 대해 주었고 덕분에 아이는 한달간의 방황을 마치고 점차 안정화되어갔다. 종종 무료 치료 수업을 한다고 하면 '선생님이 초보라 아이에게 가르쳐줄 게 없을 것이다' 혹은 '무료라서 꼼꼼하게 못할 것이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듣곤 했는데, 수업 진행을 하면서 나는 점점 이 말에 동의할 수 없게 되었다. 

 

우선 치료를 하려면 검사도 필요한데, 부모의 설문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놀이치료는 아이를 특정 진단명에 가두지 않고 '느린'에 초점을 맞춘 후 상호작용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검사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고 아이와 내 특성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치료 전에 부모가 아이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는데, 그런 니즈를 반영해 상담도 길어지기 일쑤였다. 보통 수업에서 상담은 10분인데 실습에서의 상담은 20분-25분정도인 식이었다. 이렇다보니 부모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아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받고 교육자료를 받을 수 있다. 이것으로도 이미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감사함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선생님을 위한 기록을 시작했다. 이건 아이를 위한 길이기도 했다. 또한 치료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부을 수 없는 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처음 두달 간은 아이의 특성, 기질, 최근의 행동변화를 기록했다. 그러다 뭔가 체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떄부턴 하루하루 아이의 놀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이런 기록지를 아주 세심하게 보며 교수님과 상의를 했고 거기에 맞는 조언을 받아 수업에 적용하는 것 같았다.  놀이치료 수업에서 특히 좋았던 건, 아이가 매우 느리다는 것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음에도 최소한 선생님이 아이를 정상의 범주로 대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언어치료에서 선생님과 상담할 때에는 아이를 항상 주변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놀이치료에서는 특정 시기가 지나자 아이를 분리해서 상담을 진행했다.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놀이치료는 효과가 있었을까?  

놀이치료의 효과를 100% 단정해 말하기 어렵다. 같은 기간동안 아이는 언어치료를 했고 틈틈이 학습지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으며 어린이집 야외활동도 늘었고 친척과의 여행과 방문도 잦았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웃고 소리를 지를 때, 또는 떼를 쓸 때, 또는 엄살을 부릴 때 놀이치료의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예전과는 다른 눈웃음과 찡그림으로 나를 대했고, 특히 엄살은 예전에는 부릴 줄도 모르던 스킬(?)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전부 놀이치료의 효과가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나의 기록이 남았다. 치료 선생님께 주려고 했던 나의 노력들이 기록으로 남아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필요한 행동이었는지, 한다고 하는데도 얼마나 게으르고 안일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6개월이 채워져 간다. 

처음 3개월로 시작했던 아이의 치료수업은, 효과가 보인다는 이유로 3개월 더 연장되었다. (무척 감사한 일이다!) 이제 '좋아' 또는 '싫어'라는 간단한 대답에서 벗어나 '사과는 좋아, 딸기는 싫어' 같은 문장으로 발전한 아이는 '놀이선생님은 좋아'를 외치면서도 나머지 선생님은 다 싫다고 한다. 뭐든 시키는 대로 해서 호불호를 알 수 없던 아이가 이렇게 분명하게 말하는 것 자체가 치료의 효과처럼 느껴진다. 아이는 여전히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데 전혀 관심이 없고 엄마가 시키는 그림활동도 10번은 말해야 들으며 웬만해서는 침묵을 지키지만(...) 6개월전과 비교하자면 이 정도도 엄청난 발전 아닌가?

 

그리고 이런 성과를 알게 된 건 결국 기록의 힘 때문일 것이다.   

 

 

 

 

 

K-CDI 검사결과_49개월 성장기록

40개월에 받았던 병원의 언어발달 검사 이후, 9개월이 흘렀다. 당시에는 25개월정도의 언어 수준이라는 결과를 받았었다. 40개월 아이의 언어가 두돌 수준이라니... 표현하는 것과 수용하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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