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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리뷰] '수치심'에 대하여 (#니힐리스트 #니힐리즘)

by MJKU 2024. 4. 4.

니체 철학에 대한 에세이  '니힐리스트로 사는 법' 에 나온 '수치심'에 대한 정의

이 책은 니체의 니힐리즘을 중심으로 두고 있는 에세이지만, 동서양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고 있다. 따라서 발췌한 부분은 사르트르의 저술 '존재와 무'에 나오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내용이다.

 

"지금 한 사람이 열쇠 구멍을 통해 방에 있는 누군가를 엿보고 있다. 사르트르는 이 사람이 질투심에 불타서, 아니면 호기심이 일어나, 그것도 아니면 못된 버릇이 고개를 쳐들어 문에 귀를 쫑긋 세운 채 열쇠 구멍으로 방안을 엿보고 있다고 묘사한다. 그런데 갑자기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이 사람은 자신에게 ‘타인의 시선’이 향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이 사람은 자신이 열쇠 구멍을 통해 누군가를 훔쳐보는 것을 들킨 것이다.

 

열쇠 구멍을 통해 훔쳐보기를 한 이 사람은 순간 무엇을 느꼈을까? 수치심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보지 않았다면, 과연 수치심을 느꼈을까? 아마도 이 사람은 수치심은커녕 못된 짓을 계속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르트르는 우리가 수치스러운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치스러운 짓을 저지르는 것을 누가 본다고 느낄 때 수치심도 느낀다고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수치심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는 타인 앞에서 느끼는 감정, 즉 타인의 시선이 매개된 감정이다. 왜 그럴까?

 

사르트르는 사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핵심적 특징을 ‘의식’으로 본다. 인간은 자신과 자신 이외의 존재를 의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물은 아무런 의식 없이 그냥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의식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내가 공원을 둘러 본다고 생각해 보자. 나는 의식의 주체로서 공원에 존재하는 개개의 사물을 의식하면서 나의 관점에서 이들 각각의 의미를 규정한다. 이것은 나무이고, 이것은 잔디이며, 이것은 벤치이다. 이 나무는 곧고 멋있지만 내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자작나무이니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한다. 이 잔디의 색은 매우 푸르지만 아직 뿌리가 깊지 않아 밟고 다니면 안 된다. 이 벤치는 앉기에 편하지만 어제 온 비 때문에 아직 젖어있어 앉지 않는 것이 좋겠다, 등등. 나는 나에게 보이는 사물들을 의식하며 이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규정한다. 이런 점에서 비록 내가 이 사물들을 창조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의미는 창조한 셈이다. 따라서 나는 의식의 주체로서 내가 만든 의미 세계의 창조자이며, 이 세계를 구성하는 사물들은 나의 의식의 대상이며, 의식의 주체인 내가 그 의미를 부여한 객체들이다."

 

니힐리스트로 사는 법 / 문성훈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책을 갖고있긴 하지만 책에 나왔다는 타인의 시선이 뭔지 기억도 안 나는 입장에서, 에세이라는 형태로 어려운 개념을 이해시켜 준 저자에게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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